저는 오늘 촛불을 켰습니다. 촛불처럼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자신의 삶을 불태우다가 저 세상으로 떠난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 Scene 1

“카메라 치우란 말야!!!” 배우 이선균이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어떻게 장례식장에서 그럴 수 있냐며 눈물을 글썽거린다. 그의 죽음을 기리는 이 자리에 미디어의 관심은 유별나다. 패션쇼장 입구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들이 여기서도 쉴새 없다. 모델이었고, 영화배우였으며, 탤런트였던 그의 갑작스런 죽음에 숱한 연예인의 발길이 이 곳으로 이어진다. 그것을 포착하려는 카메라의 빨간 온에어 표시는 구석구석을 파헤친다. 그는 장래를 촉망 받았던 배우, 이언(박상민).

#Scene 2

“…..” 정적이다. 흐느끼는 울음소리만이 간혹 들린다. 정두홍, 김지운 익숙한 얼굴도 보이지만, 우락부락 액션스쿨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이름은 스턴트맨. 그의 죽음을 기리는 이 곳에 카메라는 단 하나다. ‘죽음이 두렵다면 시작도 안했다’던 스턴트 배우의 카메라 바깥 삶을 이야기 하려는 정병길 감독의 ‘카메라’뿐이다. 그 뿐이다. 미디어의 관심은 눈곱만큼도 없다. <놈놈놈>의 무술감독이었던 그, 정우성의 화려한 와이어 액션신을 소화했고, 대평원 추격장면을 완벽하게 이뤄냈던 그. 그는 최연소 무술감독이언던 스턴트배우, 지중현.


이언과 지중현을 대하는 미디어의 태도는 극명하다.
같은 배우라는 멍에를 썼음에도, 스턴트 배우와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촛불처럼 뒤에서 묵묵히 영화와 배우를 밝게 밝혀주는 스턴트 배우의 소리소문 없는 죽음은 촛불의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언의 죽음 이후, 방송연예프로그램에서는 그의 장례식장을 앞다투어 보도하였고, 케이블 채널에서는 그의 영화를 특별 편성하였다.

지중현 감독은 서부소방서 소방관 6명처럼 순직하였다. <놈놈놈> 촬영 차 간 중국 어드매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데도 미디어의 관심은 <시네21>의 기사 몇 편뿐이었다.


눈에 띄는 인물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관심 밖의 사람이라도, 미디어는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한 마디는 정도 할 줄 아는 아량과 관용이 필요하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처럼, 스턴트 배우 역시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뒤에서 묵묵히 ‘죽음’과 사투한다.


그래서 여기 작은 촛불 하나를 켰다. 이는 인터넷 추모식의 첫 촛불이다. 지중현 감독의 영화를 이야기하고, 스턴트 배우에 대해 말하고, 지중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글들의 릴레이를 시작하고자 한다.


고인의 명복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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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9th, 2008 15:19 September 9th, 200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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