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천칭칭 Chen Qingqing, <가을여인 The lady in the Autumn> 2005 혼합매체 185X120 cm 

저드슨 댄스 그룹Judson Dance Group이 <We shall Run>에서 취했던 일상적 행동에의 무용으로의 승화 작업을 그녀는 닮았다. 일상 속에서 누구 할 수 있는 동작을 무용으로 받아들이고, 평범한 옷가지를 걸친 채 무대에서 춤판을 벌였듯이, <가을여인>은 일상 속 자연적 소재를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 소재는 풀, 잎, 꽃 등 가을이 물들어가는 지금, 길거리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들이다. 이는 어떤 면에서 R.Smison의 <NonSite>의 소극적 자세라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일상적 소재는 곧 자연적 물질과 같은 말이다. 자연적 소재로서의 풀이 예술작품으로 승화한다.

이처럼 일상의 미술관 진입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 성격이다. 팝아트가 그러했고, 퍼포먼스가 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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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모더니즘에 대한 초기적 반발의 속성을 <가을여인>은 가진다. 멀리서 볼때는 평면적 회화성에 가깝지만, 한 발 더 가까이서 작품을 볼 때는 자연적 소재를 이용한 콜라주적 표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J/Jones의 <Flag> 역시도 이와 같다. “애매성의 전략”이 그 핵심이다. 마치 회화적 표현의 단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풀, 꽃 등을 이용한 콜라주라는 속성이 그것이다.

여성으로서의 작가는 동양적 색채를 강조하려 했는지 모른다. 오리엔탈리즘에서 동양은 자연적 신비주의와 가깝다고 인식한다. 실제로 그러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상관없이 말이다. 이 작품의 소재로서 여성과 옷의 모양새에 의한 동양이라는 이미지는 “약자”를 표현한다. 사회적, 역사적, 정치적으로 여성과 동양은 지금껏 약자였다. 작가 본인이 여성이고, 중국이라는 (5년 전만 해도) 세계사의 변두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이에 대한 그녀의 고민을 돌이켜 보게 한다.

옷의 이미지를 상기해보자. 그녀는 과거 (한복과도 같은) 전통적 옷의 이미지를 형상화하였다. 그녀는 옷이라는 매개를 통해 다시금 과거로 회기하려 하는지 모른다. 그것은 요셉 보이스 J.Beuys의 작품이 담고 있는 사상과 닮았다. 그는 과거로의 회기점을 유라시아, 동구의 변방 속 자연적 모습에서 찾으려 한다. 그것은 곧 서구 문명의 대안적인 타자로 제시된다. 이는 현대문명을 넘어서는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닌, 과거에서 대안을 찾는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한 특이점이다. 구원의 현장으로서 그들은 과거=자연을 선택했다.

이는 아르테 포베라 Arte Povera의 인위적인 유한함을 초월하는 숭배의 대상으로서 자연을과 어떤 면에서는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낭만적인 자연관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스미슨은 자연에 대해서도, 인간의 사물에 대해서도 유보적 입장을 가진다. 인간의 개입이 없는 자연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스미스은 바라 본다. 자본주의적이고 인위적인 산업에 대해서 비판하더라도 그 구원이 자연이 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오히려, 기술의 오만, 이성의 오만을 비판적으로 본다.

 

7. 한 아쥬엔 Han Yajuan, <무림이야기 The story of Kung-Fu> 2006 컴퓨터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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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이 곳은 무림사회이다. 피가 낭자하고 살이 뜯기는 공간이다. 자본으로 점철된 자신을 표현하는 공간, 다시 말해 된장녀가 판을 치는 세상을 한 아쥬엔은 말한다.

세계적 명품 회사는 오늘날 전방위적 마케팅을 펼친다. 왼손으로는 루이비통폰, 프라다폰 등 전자업체와 손 잡아 자본주의적 욕구를 채우고, 오른손으로는 예술적 가치와 손을 잡는다. 프라다, 구찌, 루이비똥 등의 포토 광고를 자세히 살펴보면, 현대 사진 작가들이 작업에 참여한 경우를 엿볼 수 있다. 상품과 예술의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 곳에서 발견된다.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문화산업을 이야기 하면서 예술의 자본주의화를 비판하지만, 반대로 상품이 예술인 '척' 겉모양을 포장하면서 두 영역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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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내적으로 들어가 보자. 과거 팝아트에서도, 당시 사회를 비판하는 날카로운 질문은 미술계에서 끊임없이 던져졌다. 당시의 사회적 면모를 꼬집고 비틀기 위해, 케인홀츠E. Kienholz가 <Psycho-vendetta case>와 같은 작품이 등장했다면, 한 아쥬엔은 <무림이야기>에서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본의 습성을 실랄하게 비판한다.

 

<무림 이야기>의 주요 등장인물은 일단 여성이다. 이 여성들은 한 손에 명품 브랜드 (나이키, 구찌 등) 소품을 착용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유념해서 봐야 할 점은 또 다른 한 손이다. 그곳에는 타인을 위협하는 도구로서의 총, 칼 등이 난무한다. 된장녀, 그네들이 사회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존재라는 것을 명확하고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우리는 된장녀의 겉모습만을 보고서 그녀의 모든 것을 판단한다. 집안, 능력, 직업 심지어 성향, 가치관 까지 미리 점지해 버리는 습성이 있다. 그만큼 현대 물질문명 사회에서는 자본에 의해 스스로를 드러내는 방법으로서의 브랜드 가치는 그만큼 그 사람을 대변하는 또 다른 언어이다.

 

특히, <무림 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아이콘이 젖소무늬이다. 젖소무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젖소는 우유를 배급하는 목축업 국가에서는 특히 주요 생산 산물이다. 젖소가 없다면 한 가정을 넘어, 지역, 국가의 경제 생활에 까지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유의 조건인 동시에 생황의 필수사항이기 때문이다. 즉, 젖소는 (어쩌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명품백의 이면을 들추는 역할을 한다. 명품백 하나 정도 가지고 있으면 기분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없다고 해서 마음 상할 일은 아니다. 이러한 속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현대 된장녀들은 현대 물질 사회에서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서의 브랜드의 가치를 적극 활용한다. 그리고 그 위력은 상상이상으로 대단하다. 이는 마치 옛 시절 젖소 몇 마리가 그 집안의 경제력을 가늠하느냐를 파악하던 것과도 같다. 젖소는 브랜드의 다른 말이나 다름없다. 그런 의미에서 젖소는 직접적 고발의 형태로 분명한 메타포를 함의한다.

 

특히, <무림 이야기> 전시작품(들) 가운데에서는 천정으로부터 고가 브랜드의 CI가 쉴새없이 떨어진다. 하늘에서 개구리가 떨어질 때와 마찬가지로, 관객들은 신기하게 이를 바라본다. 하늘에서 떨어지지만 그 이미지는 나의 발아래에서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관람객은 이를 밟는다. 현실 세계에서 어느 누구도 감히 명품 브랜드 마크를 마구 밟지는 못한다. (물론 패리스 힐튼과 같은 부유층은 그럴 수 있지만, 이 같은 경우를 제외한다면) 상당히 비싼 가격이기 때문이다. 일반 관객들은 <무림 이야기>에서 이를 밟고 다닌다. 시각적으로는 <무림이야기>의 직접적 고발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촉각적으로는 그들을 대변하는 브랜드 상표를 밟는 과정이 여기에 자리한다.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낙하하는 이미지 자체가, 언젠가는 낙하할, 떨어질 당위성을 가지는 고가 브랜드에 대한 작가의 질책적 의미도 담겨 있다

관객의 직접적인 행동에 의해, 작품의 의미가 부여받는 순간이다. 이는 아주 초보적인 단계의 상호작용적인 예술 작품을 대변하는 예이기도 하다.

 

뒤샹Duchamp 또한 산업사회의 무개성과 획일성을 비판한다. 하지만 그는 방법적 형식면에 있어서도 차별을 선보인다. 기존의 레이디메이드 변기를 미술관에 전시한 것이다.

한 아쥬엔은 디지털 기술이라는 형식적 측면에서 이를 발현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무림 이야기>를 처음 대했을 때의 느낌은 유화라는 판단이 선뜻 든다.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무림 이야기>를 형식적으로 바라본다면, 그저 유화겠거니 하고 지나쳐 버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 있다면, 그것의 진실은 사실 디지털 그래픽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어쩌면 형식적으로도 이러한 아이러니를 드러내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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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8th, 2007 02:20 November 18th, 2007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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